올해 봄이었다.
회사 조직개편 중에 하나로 소속 부서가 바뀌었다.
나는 현장 담당자로 나와있어, 일도 자리도 그대로인데 부서만 바뀌었다.
똑같은 자리에서 소속이 몇 개째인 건지.
꼭 나와 같은 경우가 아니더라도 조직이 생기거나 없어지고,
TF 꾸려서 뭔가 열심히 하다가 승격되거나 해산되기도 하고,
참 특이한 회사 분위기다.
그래도 이것도 이동이라고 원래 있던 부서에서 송별회도 해줬다.
나름 현재 조직에선 이번 개편으로 빠져나가게 된 인력이 꽤 많더라.
맛있는 저녁 먹고 행사 마무리 하기 전에 작은 선물도 받았다.
기대도 안 했는데 챙겨주시니 참 고맙네.
새로 넘어간 곳은 이 회사에도 얼마 전 새롭게 생긴 조직이다.
사람들도 여기저기서 끌어오고, 경력직도 꽤 많이 받고,
의욕적으로 회사 시스템을 좀 바꿔보려는.
이 회사는 전통적인 제조업 회사다.
제조를 위한 생산 시설이 필요하니 증설공사가 계속되고,
공사의 규모가 점점 커지다 보니 공사를 관리하는 조직이 생겼다.
선배들 얘기를 들어보면 제대로 된 계획 없이 해본 사람, 경력직들 끌어다 만든 것 같은 느낌도 든다.
그래서 그런지 이 회사 처음 입사해서 든 생각 중 많은 부분이 ‘좀 어색한데?’와 ’이 걸 아직도?‘였다.
웃긴 얘기지만,
외부 건설사들이 한참 전부터 쓰던 게 지금 여기에선 신기술이고,
꽤 오래전부터 쓰지 않는 것들이 여기선 아직도 표준이다.
그리고 일하면서 느낀 건,
몇조원짜리 공사를 몇십 년째하고 있는데,
표준도, 양식도, 계약서도 완벽하게 갖춰진 게 없다.
덕분에 하나씩 세팅해서 표준을 만드는 재미는 있더라.
건설공사에 대한 변화와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여기저기에서 알람이 울리는 상황인 듯하다.
새 조직의 나아가는 방향은 맞다 생각이 되었다.
리더도 바뀌고 동료들도 바뀌었지만,
현장에 나와있는 나는 딱히 달라진 게 없었다.
보고라인이 하나 더 생긴 정도?
반년이 넘게 지난 지금.
새 조직이 나아가는 방향은 괜찮은 것 같다.
내가 생각하던 방향이랑도 맞으니까.
다만,
반년 넘게 정리 안 되는 조직 간 R&R과,
이 때문에 계속 생기는 현장의 혼선,
공표를 했음에도 계속 기존대로 일하는 주변 부서들,
현실과 현장의 사정을 눌러버리고 있는 넘치는 의욕과,
보고가 최우선인 이 회사의 이상한 문화 때문에,
좋은 방향을 잡고 시작한 일이 조금씩 방향을 잃어가는 느낌이다.
경력직의 딜레마일지는 모르겠지만,
할 수 있는 게 참 많은 회사인데, 할 수 있는 게 참 없는 회사다.
과도기라서 그런가?
그 중심에 서있게 되어서 그런가?
이 또한 지나가려나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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